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시간이 흐르자 해류에는 영구기관에 아주 가깝다고 할 그 자체의 동력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 모든 힘들이 균형을 이루어 해류체계가 정지 상태에 이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확실히 바람 은, 말하자면 지나던 흐름이 잔뜩 뛰어들어 대열을 이루도록 불어댐으로써 한편으로 일조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바람이 잦아든 경우에도 그렇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코리올리의 힘이 작용하게 된다. 19세기의 30년대에 프랑스의 물리학자이며 수학자이자 기술자였던 가스 파르 구스타프 드 코리올리가 예상치 못한 발견을 해냈던 것이다. 그것은 바 로 지구라는 구체에서 움직이는 모든 부분들이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코리올리는 이 런 편향을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의문을 품었다. 뉴턴의 관성의 법칙에 의 거하면서 그는 마침내 가장 큰 팽이라 할 지구라는 행성에서, 다시 말해 행 성 그 자체에서 해답을 찾았다.
코리올리의 힘을 이해하려면 우주에서 지구가 회전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상상하면서 이 런 운동이 인간, 자동차, 테니스 공, 공기 입자나 물 입자들에 어떤 작용을 미치게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되겠다. 위도 80도, 그러니까 극지 에 있는 분자라면 적도상에 있는 분자보다는 지구의 회전력(Drehimpuls. 각운 동량)을 훨씬 느긋하게 따라가게 된다. 반면에 적도의 분자는 본격적으로 몰 아치며 서둘러대지 않으면 안 된다. 왜 그런가 하는 것은 우리가 경기장 모습 을 살펴보면 명백해진다. 400미터 경주는 언제 보아도 늘 긴장감이 넘친다. 다만 타원형 = 그려진 재가 깔린 트랙에는 한 가지 흠이 있다. 안쪽 경주로 를 달리기 선수는 그가 달릴 구간이 그 오른쪽에 있는 옆 사람의 구간보다 더 짧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더 유리하다. 옆 사람은 다시 또 그 옆 사람보다 덜 뛰게 되고 그 다음 옆의 주자도 결국 바깥쪽 트랙의 주자에 이르기까지 계속 그와 같아서, 바깥쪽 주자에게라면 아예 달리기를 그만두라는 말이나 해줄 법도 하다. 이제는 모든 걸 공정하게 진행시키고자 선수들의 경기장에 차등 을 두어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하도록 함으로써 다시 기회를 균등하게 해 주게 되었다.
지표면에서의 양상도 그와 비슷한데, 단지 차등을 두는 것이 없을 뿐이다. 지구의 축은 말하자면 경기장의 중심에 해당한다. 어느 부분이 그 축에 가까 이 있으면 있을수록 그것이 그리는 궤적은 그에 따라 당연히 그만큼 더 짧은 것이다. 거기서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행성의 자전을 꽉 채워서一23시 간 56분 4초一따르기까지 밟아나가야 할 거리는 그만큼 더 늘어난다. 그러므 로 지리적 형편에 따라서 각 부분들은 서로 다른 빠르기로 움직임으로써 동 일한 각운동량을 충족시키게 된다. 다시 말해 적도에 있는 부분이라면一공 기 분자를 예로 들어도 좋겠지만一정말 바람소리가 나도록 서둘러야 축에 가까이 있는 제 동료와 보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각 부분들은 이 렇 듯 애를 쓰지만 적도로부터 계속해서 축점인 극지점들 쪽으로 편향이 생기 기 때문에 항상 조금은 못 미치는 셈이다.
이와 같은 편향을 우리는 코리올리 효과라고 부른다. 북반구에서는 오른쪽 방향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 방향으로 편향이 생긴다. 바다 표층수의 흐름 은 대규모 바람의 체계에 맞춰 방향이 정해지는데, 그러다가 그것이 대륙의 가장자리에 부딪치게 되면 반송된다. 물론 수심이 더 깊어지면 질수록 바람의 영향은 줄어든다. 그 대신 코리올리의 힘이 강해져서 해수면 아래 100미 터 깊이의 수괴는 해면과 반대되는 약한 역류를 이루며 흐르기까지 한다. 그 런 점을 보면 해류야말로 기회주의자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알다시피 양 반구의 서로 반대로 흐르는 거대한 순환 체계가 생겨났다. 크건 작건 간에, 또 당신이 믿건 말건 간에 남아프리카에 서는 욕조의 물이 하수구멍으로 빠져나갈 때 핀란드에서와는 다른 방향으로 돌며 꼬르륵 소리를 낸다.
걸어서 오스트레일리아 남부를 횡단하며 서쪽으 로 가는 사람은 시베 리아에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보다 왼쪽 신발 의 밑창이 더 닳는다고 투덜거리게 될 것이다. 시 베 리아를 떠도는 자는 그 대 신 오른쪽 장화를 예상보다 일찍 신발 수선공한테 맡기게 될지 모른다. 자동 차 타이어나 철로의 마멸에 대해서는, 그리고 심지어 트랜지스터나 유리섬 유의 마멸에 대해서까지도 수많은 연구물들이 제출되어 있으며, 그 모두가 코리올리 효과가 나노(Nano)1”의 영역에까지 작용함을 말해준다. 다만 영 국인들은 선회식 교차로에서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돈다는 점만은 예외 다. 그건 아마 코리올리의 힘 때문이 아니라 편한 느낌을 주는 완고함 때문일 것이다.
결국 행성 자체가 그처럼 해류의 양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적어도 행성 이 얌전하게 계속 자전하는 한에서는 말이다. 우리는 해류를 항구적인 것이라고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삶에 비 춰보면 이러한 관찰방법이 그리 엉뚱한 것만도 아니다. 물론 지질학의 시간 축에서 보면 우리는 하루살이일 뿐이다. 사실 대양의 소용돌이는一계절에 따라 바람이 바뀐다는 조건을 통해一이동해가면서 해류의 진행을 어느 정도 까지 변화시켜 놓을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앞서 다녀왔던 커다란 루트는 우리에게 영원히 확정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물론 잘못된 가정이다.
우리 가 지구의 역사라는 척도를 들이대 보면 뒤바뀐 땅덩어리의 형세가 해류의 체계를 한 번 이상은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전 지구의 결빙이 나 운석의 충돌과 같은 많은 요인들도 해류가 새로운 궤적을 그리며 틀어지 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포근한 멕시코만류는 하필이면 해류 연쇄의 가장 약한 고리에 해당한다. 그렇지 않아도 멕시코만류는 2천 년마다 한 번씩 시 에스타를 취한다一우리는 물론 스스로의 행동으로 다음번 그것의 멈춤 사태를 우리가 바라는 것보다 더 빨리 초래하도록 돕게 될 수도 있을 것 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롤런드 에머리히(R이and Emmerich)가 〈투모로우(7* £仰 4/他r Tbwomw)〉라는 영화에다 매혹적으로 옮겨놓은 그 공포의 미래상을 냉정하게 검증해볼 작정이다.
함부르크 하르부르크 공대의 교수인 기젤헤어 구스트(Giselher Gust) 또한 1,000년 걸리는 여행을 여러 번 꾀해 왔다. 그가 우리와 같은 맵시 있는 잠수 정을 활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마 검은 인쇄잉크의 망망대해를 노를 저으며 헤쳐 나가는 작가와 매한가지였을 것이다. 우리에게서 간단하 게 진행되었던 일이 구스트의 머릿속에 자꾸자꾸 펼쳐졌다. 전 지구에 걸친 열염순환에 매혹된 그와 그의 팀은 마침내 여행을 할 수 있는 기계를 하나 제 조해냈다. 그것은 감기의 위험이 있는 교수들을 대신해서 해류 속을 표류하 며 그 애매모호하던 비밀들을 규명해줄 터 였다. 몇 년 전부터 해류를 측정하 는 데는 이동식 음향측정기 아니면 닻을 내려 단단히 고정시키는 탐측기 (Sonde)가 쓰인다.
그런데 구스트의 자족적인 표류장치(Drifter)는一수 미터 길이의 날씬한 관으로 머리 쪽은 부력을 지닌 공 모양의 유리 몸체로 이루어 져 있어서一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유리로 된 구체를 지닌 표류장치는 해류가 함께 데리고 다니는 동안 해류 속을 떠다닐 수가 있다. 보완책으로 그 것의 아래쪽 끝은 무게가 나가도록 무겁게 만들어졌다. 대수롭지 않다고 들 리겠으나, 그게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왜냐면 구스트는 나름으로 진기한 점을 거기에 응용했기 때문이다. 바로물의 압축성이란 것이다.
일반적으로 액체는 압축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약간은 꽉 눌러 넣는 것은 가능하다一아무튼 표류장치를 임의로 오르내리도록 하기에 충분할 만큼은 된다. 관 속에는 조정과 측정을 위한 갖은 전자장치 이외 에도 정 확하게 양을 정해놓은 물이 담긴 곳을 가진 수리보정판(Hydrokompensator) 이 숨겨져 있다. 그런데 묘책은 바로 보정기판에 있는 물이 더 빽빽하게 눌려 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평상시의 상태에서보다도 더 무겁게 압축되어 있으며 공간도 덜 차지하는데, 그 때문에 그 이상의 물이 관 속을 타고 흐를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표류장치는 부피를 동일하게 유지하면 서도 그 중량을 변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완전히 자립적이기도 해서, 관의 내용물이 압축되면 그것은 가라앉고 다시 이전 상태로 회복되면 떠오른다. 임의대로 가라앉거나 떠오르기가 가능한 것이다, 모든 것은 프로그래밍의 문제이다. 이 런 방식으로 그 전자식 탐색견은 밧줄 같은 것이 아예 없이도 수 년간이나 해류와 함께 떠돈다.
그리고 그 탐색견이 무슨 흥미진진한 일을 겪 게 되기라도 하면 그것은 음향신호를 통해 주인나리한테 다 털어놓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이 방금 어디에 있는지를 늘 알고 있는 가운데 해류의 온도나 속도 및 진행상태를 재구성해볼 수가 있으며, 또 탐색견이 극지순환 류에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는 동안에도 대서양에서 보내온 소중한 자료들을 처 리할 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