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이 걸렸다
우리가 거기에 있으면 좋으련만. 약속한 대로 우리는 천 년이 걸렸다. 모든 바닷물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그만한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병에 담은 편지도 이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시 발송한 사람의 수중으로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 나 난파당한 사람 누구도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지 못한 것이 다. 하지만 우리는 어깨를 두드려주며 으쓱해 해도 좋지 않을까. 샴페인을 터 뜨리자! 우리는 도착을 축하하며 잠시 명상에 잠겨서, 대체 해류는 왜 존재 하는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들처럼 그것도 어머니 지구의 자식들이고. 또 그것도 산뜻한 결산 을 좋아한다. 우리는 바닷물의 온도가 변화한다든지, 어느 땐 가벼워지고 어 느 땐 무거워지는 모습들을 보아왔다. 차갑고 염분이 많은 바닷물이 심해로 가라앉게 되면 해수면에서는 결손이 생긴다. 상실분을 채워 넣기 위해 다른 곳의 바닷물이 흘러와야 하며, 또 그렇게 되면 거기서도 결손이 생긴다. 그 결과 이 바닷물 또한 교체될 것인데, 이런 일이 끝없이 계속되면서 온 지구 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것이다.
그런 작용에 끼어드는 요인들은 더 있어서, 중력만이 아니라 온도의 차이도 해수면의 높낮이에一이를테면 태평양의 고 도가 대서양보다 더 높은 것처럼一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또 물은 항상 위에 서 아래로흐른다. 혹은 물이 증발함으로써 결손이 생기기도 한다. 여기에 더 하여 물 분자들은 높은 압력을 받으면 수심이 얕은 지 역에서보다 더 촘촘하 게 결집한다. 그러나 응축되었던 물도 수압이 낮은 지역에서는 넓게 펼쳐질 수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바람은 물의 수면을 요동치게 만들기 때 문에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대양이 전개되어온 역사의 흐름 중에서는 강력한 변혁의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인데, 여기에는 전 세계의 수역들과 수충들 모두가 다 포함된다. 어떤 해류의 움직임도 고립시켜서 고찰할 수 없으며, 어느 것이나 다 선행했 던 것에 따른 결과이자 다가올 것의 유발자인 것이다. 그중 가장 시끌벅적하 게 순환의 막을 내리는 곳이 바로 그린란드 앞이다. 여기서는 얼음 덩어리들 이 떨어져 내리며 강력하게 빨아들이는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또 이 덕분 에 아일 랜드 서쪽에서 종려나무가 자라기도 한다.
해류를 타면 분명 어디든 못 가는 곳이 없게 된다. 하지만 이 말에는 몇 가 지 혼동이 있을지도 모른다. 바람이 물 입자의 위치를 바꿔놓는 것이 아니라 고 한다면 바람은 어떻게 수면의 흐름에 영향을 미쳐서 물까지도 옮겨가게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는 아주 간단한 문제다. 아인슈타인을 떠올리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위치를 변경하지 않고서 뛰어 타거나 내릴 수 있는 달리는 기차를 상상해볼 수 있다. 그들이 공중제비를 넘어도 무방하기는 하지만 발 은 항상 똑같은 지점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들은 제자리 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리가 뮌헨에서 함부르 크로 간다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먼 거 리를 움직이 게 된다.
승강장에서 지나가는 기차를 보는 관찰자의 시선 에서라면 이 경우 그들이 위치를 변경한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슈투트가르트 를 조금 지나자 새 한 마리가 차량 지붕에 내 려앉아 폴짝거 리다가 다리를 접 어 넣더니 잠시 꾸벅이며 존다. 어쌨거나 이 새 또한 들판에서 일하던 농부가 잠깐 시선을 들어 새와 함께 가는 기차를 바라보면 주(州)를 벗어나도록 고속 으로 운반되어 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는 제자리에서 단 1 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이렇듯 모순되어 보이는 것은 우리가 기 차를 닫힌 체계로 관찰할 때 해명이 된다. 그 체계 내부에서는 공중제비를 넘는 사람도 제자리에 그대로 머무는 것이고, 꾸벅 이며 조는 새도 그와 똑같은 것이다.
해류도 그런 체게이다. 해류는 전체로 덩어리가 되어 굴러간다. 해류체계 안에서 물 입자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기차 안에 있는 사람처럼 뛰어오 르기도 하고 공중제비도 넘는다. 해안가에 있는 관찰자의 시점에서 보면 그 렇게 하는 물 입자는 다른 곳으로 운송되어 가는 것으로 보이고, 또 마찬가 지로 그가 종이배를 볼 때도 떠서 지나가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실 제로 체계와 관련한 종이배는 한순간도 제 위치를 바꾸는 것이 아니다. 종이 배 밑의 물 입자들은 단지 위로 뛰어오르거나 아래로 떨어지거나 할 뿐이다. 파도 형태가 체계를 통과하게 되면 종이배는 올려지거나 아래로 가라앉거나 하지만 물 입자들은 항상 그 아래쪽에 머물고, 따라서 그 위치를 바꾸지 않 는다. 잘 알려진 그 기차…, 아니 미안, 해류는 멕시코만류라고 보면 된다. 물론 해류가 기차보다는 좀더 복잡한 양태를 보인다는 점을 덧붙여야 할 텐 데, 한 반 시간쯤 뛰어오르며 공중제비를 넘다 보면 아마 그 뒤엔 다음 정거 장에서 내던져지고 말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해류가 체계를 이루며 움직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이 있다. 멕시코만류 같은 경우는 열대 가장자리의 무역풍이나 몬순과 같이 지속적으로 불어대는 바람을 통해서 결정적으로 지원을 받는다. 이런 인식 이 있었기에 이미 고대의 항해자들도 해류의 진로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 다시 말해 특정 지점을 향해 방향을 잡더라도 무조 건 그곳에 당도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한 것보다 엄청 더 동쪽이나 서쪽 에 가 닿게 되었다. 그런 차이가 생기니까 이로부터 흐름의 방향이 추론됨은 물론이고 해류의 힘과 속도까지 마찬가지로 추론되기도 했다. 그와 같은 지 식이 오랜 동안 비밀리에 다듬어져 오기는 했지만 그 자체는 귀중한 보물로 여겨지고 전략적인 장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해류를 안다는 것은 곧 바다를 하늘의 운에 맡겨두지 않고 그 역동성을 활발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1853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해류에 관한 자료들 을 퍼뜨려 여러 나라가 교환하며 그것을 수리학 연구시설에 문서화하여 보 존하자는 결정이 내려지게 되었고, 이로써 항해하는 민족들 모두가 그 자료 에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류의 진로에 관한 상세한 지 도가 나오게 되었고, 아마추어라도 그것만 있으면 하려는 일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런 점은 항해의 발전을 엄청나게 촉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해가 일반인들이 살펴볼 수 있게 되기까지는 전환의 시기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만약에 포르투갈의 항해인인 페드로 알바레스 카브랄(Pedro Alvarez Cabral)이 인도를 향해 방향을 잡았던 1500년 4월에 적도해류에 떠밀 려가지 않았더라면 그가 브라질을 발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친 절한 원주민들한테라면 중세식의 투구를 쓰고 도끼처럼 생긴 칼로 무장한 사람들한테 발견되는 것보다 더 난처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날 해류와 관련된 지식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는 예를 들어 기름띠(Okeppich. 유막)가 어 디로 떠갈지를 내다보고 맞히는 데 쓰일 경우다. 그보다 더 유익한 경우라면, 꼬마 프리츠가 접시에 담긴 음식을 깨끗이 다 먹지 않은 것을 보고, 그러면 틀림없이 날씨가 나빠질 것이라고 훈계하려다 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아이에게서 짜증스런 비웃음만 사게 될 경우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프리츠는 카헬만 아저씨라도 해류 자료가 없다면 빗속에서 견뎌내기가 어 려우리라는 점을 학교에서 배우니까 말이다. 바닷물은 대기의 열기를 저장하고 운반한다. 열대지역에서 바닷물은 쾌적한 온도를 잔뜩 머 금어다가 결국 그것을 유럽에다 내주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 멕시코만류를 다른 말로는 ‘유럽의 원격난방(Femheizung Europas)’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덕분에 프랑스인, 스페인인, 독일인들이 휴일날 훈훈한 저녁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가 하면, 그 반면에 차가운 해류는 황무지가 형 성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에 대한 예들은 숱하게 많아서, 남서부 아프리카의 나미브 사막이나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과 같은 곳들이 그런 곳이다. 칠레에는 훔볼트해 류가 있고 아프리카에는 벵겔라 해류가 있는데, 이 해류가 보통은 따뜻하던 무역풍을 지표면 바로 위에서 냉각시키게 됨으로써 불모의 여건들이 조성되 도록 한다. 고기압이나 저기압 지역들의 특성에 눈길을 주면 무역풍의 따뜻 한 공기덩어리와 찬 공기덩어리 사이에서는 습기를 머금고 차가우며 무거운 공기층이 밑에 있기 때문에 교환이 일어날 수 없음이 명백해진다. 이 공기충 은 위로 올라가지 못하며 대기권에서 응결되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것은 구 름을 형성하지도 않으며 비를 내리게 하지도 못하고, 또 그렇게 착착 진행되 어 우리에게는 류머티즘이나 생기게 하는 안개가 자욱한 황무지가 주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