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할 수 있는 근거
우리의 여행은 멕시코만류(Golfstrom)의 요람이라 할 카리브 해에서 시작 된다. 우리 주위의 온도는 대단히 쾌적하다. 열대의 태양빛을 듬뿍 머금은 채 북적도해류가 서인도제도를 거쳐 여기 멕시코 만 안으로 다다른 것이다. 우 리가 향하는 방향이 북쪽으로 잡히는 것을 우리도 느낀다. 우리는 늘 멕시코 난류가 흐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그냥 그 자신의 힘으로 그렇게 흐르는 것일까? 그러나 그렇지는 않고 그것은 고무밴드처 럼 윗부분의 북반구 속으 로 당겨져 들어가며, 우리는 플로리다 반도의 뾰족한 지점을 빠른 템포로 지나간다.
당신 좌석 아래에 간식거리도 있으니, 알아서 드셔도 좋다. 현재 우리는 표층수에서 여행 중이다. 네 종류의 바닷물이 전 지구상의 해 류체계를 형성하고 있는데, 표충수는 그중의 하나다. 우리가 그 위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근거는 이 수역의 온도와 염분에 있다. 원칙적으로 차가운 물 은 따뜻한 물에 비하면 밀도가 더 높기 때문에 무게가 더 나간다. 둘째로 염 분을 함유한 물은 소금의 무게가 더 있기 때문에 담수보다 무게가 더 나간다. 그런데 멕시코난류의 바닷물은 염분을 과도하게 함유하고 있지도 않은데다 가 매우 따뜻하다. 그것을 전력으로 치면 10억 메가와트나 지닌 것이 되어 원 자력발전소 25만 군데서 생산하는 양에 맞먹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바닷물 은 위에서 움직이고 또 우리도 그것과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는 천천히 표류 하며 뉴펀들랜드 섬까지 갈 텐데, 별달리 할 일이 없으니 스스로 다음과 같 은 영리한 말도 덧붙여볼 수 있겠다. 곧, 멕시코만류가 그런 명칭을 지닌 것 은 그 멋지고 따듯한 물을 멕시코 만에서 가져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부 당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까 멕시코 만이 그렇게 으스댈 만한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다음까지 당분간 우리는 플로리다 해류라 고 말한다. 시속 9킬로미터의 속도로 평온하게 우리는 케이프 커내버 럴(Cape Canaveral)1*을 지나서 케이프 하테라스(Cape Hatteras)로 향해 나아간다.
우 리 주변에서는 5만 세제곱킬로미터나 되는 바닷물이 진한 남색을 띄고 뒤척 인다. 그 정도면 지구상의 모든 하천들을 합친 것보다 서른 배나 되는 양이 다. 그 다음으로 뉴펀들랜드 섬 아래에 오면 해류가 더 넓어지는데, 현저하 게 더 넓게 퍼지는 것이다! 드디어 지금에야 그것은 멕시코만류로 불러도 좋 게 된다. 여전히 그럴 까닭은 없어 보이나 해양학자들이 언젠가 그런 조치를 취해놓은 적이 있었다. 픈로리다 반도 동쪽 연안의 곶으로 케네 디우주센티가 있다.
맞다. 그것은 차가운 래브라도해류(Labradostrom)이며 우리 옆에서 부딪치 며 멕시코만류를 헤집고 들어온다. 그렇게 하면서 그것은 멕시코만류를 헤 쳐놓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그것을 빙빙 도는 거대 소용돌이인 에디(Eddy) 들로 분할해놓는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북대서양 편류(Nordadamische Drift) 라고 부르게 된다.
그런 열섬들은 계속해서 북쪽으로 떠가고 그 가운데 하나 를 타고 우리도 방향이 바뀐다. 우리는 하루에 겨우 15킬로미터 정도를 가는 속도이다. 우리 잠수정의 계측기기는 바닷물이 저장해온 열기를 대기권 속 으로 방출한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우리의 마음씨 좋은 에디는 한없이 에너 지를 갖기라도 한 것처럼 그것을 유럽에다 나누어주며 다른 소용돌이들도 그 비슷한 작용을 한다. 그러는 동안 온화한 서풍이 해수면 위로 몰아치며 바 닷물 일부를 증발시키고 그것은 응결하여 나중에 유럽에 비를 뿌리게 될 것 이다. 지브롤터해협의 위도에서는 비가 풍부하게 쏟아져 내렸고 이로써 증 발로 상실한 것을 계속해서 메워주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편류는 염분이 더 많아지 게 되고 우리가 북쪽으로 타고 가는 바닷물도 더 무거 워진다.
노르웨이 해안을 따라가며 우리의 해류는 새로 이름을 바꾼다. 이제 북대 서양 편류는 노르웨이 해류라 불린다. 우리한테서 열기가 많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가 옮겨오는 열기는 스발바르(Svalbard)제도 남 부에 온화한 여름을 선물해주기에 충분할 만큼은 된다. 심지어 겨울에도 노 르웨이 해류 덕분으로 선박들은 스피츠베르겐이나 무르만스크의 항구에 기 항할 수가 있다. 적도의 열기가 그렇게 오래 유지 된다는 점이 놀랍기는 하지 만 워낙 북위 고도가 높으므로 비축된 열기는 아주 점진적으로 바닥이 나게 된다. 하늘은 잔뜩 얼음조각을 머금은 회색빛 구름들로 흐리다. 차가운 오르 칸이 불어오자 우리는 갑자기 우리의 작은 잠수정 안에 있는 히터를 가동하 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둘레에서는 부서진 얼음산들이 물결치며 지나간다. 바람이 불며 거품을 밀어간다.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우리는 드디어 그린란 드와 노르웨이 북부 사이에서 덜덜 떨리도록 차가운 북극의 바닷물과 마주 친다.
당신이 친절한 마음을 발휘해서 냉동칸에서 술을 가져다 우리에게 따라줄 만도 할 텐데? 지역이나 기후도 우리가 뭐라도 먹고서 기운을 차려야 옳지 않겠냐고 말하는 것 같다. 안전벨트를 매고 창문을 닫아 주십시오. 우리는 급강하합니다.
비행기 안이라면 이 말은 불안감을 주는 안내 방송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는 급강하를 예상해왔다. 노르웨이 해류의 바닷물은 너무 차갑고 무거워져 서 더 이상 해수면에 머물지 못하게 되고 떨어져 내려간다. 우리 위로 대양의 물이 꼬르륵 넘치며 찰랑거린다. 우리는 가라앉는다. 아니, 우리는급강하한다! 그것은 실제로 본격적인 급강하다. 여기 그린란드 동쪽에서 해류는 폭포 와도 같이 심해 속으로 떨어진다. 물론 바다 전체가 급강하하는 것은 아니 고, 오히려 해류의 차가운 지류가 닐찍한 승강기를 찾아낸 격으로, 이른바 침강수로(Sinkschlote)라는 것이다. 그것은 지름이 50미터까지 나가는 자리 로, 바람불고 파도가 치는 데 따라 끊임없이 옮겨지기 때문에 그것을 찾 아내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바다의 1 제곱킬로미터 면적이면 평균 열에서 열 두 개의 그런 수로가 생기는데, 여기서는 바닷물이 바닷물을 뚫고 쏟아져 내 리게 된다.
이제 우리는 이런 승강기 중의 한 군데에 들어가 쏜살같이 아래로 내려간다. 초당 대략 1,700만 세제곱미터의 북대서양 바닷물이 그린란드나 노르웨이의 심해 해분을 향해 가니까 지구에 흐르는 모든 하천들을 다 합친 것보다 20배나 더 많은 양이다. 완벽한 적막과 빛이 없는 가운데 우리는 점점 더 깊이 떨어져 내리다가, 해분 밑바닥과의 충돌을 거뜬히 이겨내게 될지 미
심쩍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술 한모금 더 할까? 하지만 이때 마침 다음과 같은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100미터를 더 가면 충돌합니다. 그 전에 잠시 급브레이크를 걸고 해저와 평행이 되게 계속 가십시오. 말은 쉬워도 행하기는 어렵다. 배가 간질거리도록 우리는 2.5킬로미터 깊 이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갑자기 저절로 일어난 듯, 우리는 차가운 얼음물로 채워진 풀장 같은 곳에 착지하고서는 바다 밑바닥에 착 붙 어 움직여 나가다가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및 스코틀랜드 사이의 해저산맥 위를 찰랑거 리며 넘는다. 그 너 머로 내려가자니 꼭 미끄럼틀 위에 앉은 듯하 며, 갈라진 틈을 지닌 굳어버 린 용암 들판을 지나고 황무지 같은 퇴 적물 위를 건너간다. 이런 지역은 별로 반길 것도 없는 곳이지만 우리가 처음 남쪽의 심 해에 가게 되면 그런 상황은 훨씬 더 심할 것이다. 그러니까 등 뒤로 기대며 긴장을 풀라. 우리 잔잔한 음악이라도 들어볼까. 이를테면 드뷔시(Debussy) 의바다 아니면 차라리 우리 시대로 내려와 필 필립스(Phil Phillips) 의 사랑의 바다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