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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여러 번 온다

파도는 여러 번 온다


불운하게도 파도는 한 번으로 끝이 아니라 여러 번 온다. 먼바다에서는 그 간격이 몇백 킬로미터나 될 수 있다. 파도의 에너지가 육지에 닿아 정체되면 금세 그 간격은 짧아지고 또 몇 분만이면, 때로는 심지어 15분이면 다음 번 물더미가 돌진해오게 될 수도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파도가 지난 뒤 상 당수의 사람들이 거처하던 곳에 뭐가 남아 있는가를 확인하려고 해변으로 되 돌아왔다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것도 오직 이 런 사실을 몰라서 였다. 또 다른 사람들은 쓰나미가 바다로 되돌아 흘러갈 때도 최소한 그만큼의 생 명들을 앗 아가는 일을 겪게 되었다. 그런 소용돌이에 맞서는 데에는 아무리 뛰어나게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무력하게 된다. 파도와 충돌할 때 살아남은 사람 도 그저 어디 단단한 벽 귀퉁이나 몸을 지탱할 휘청거리지 않는 나무라도 붙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고작이다. 그 다음은 소용돌이와 근력의 싸움이 시작된다一하지만 거기서는 사람이 지는 경우가 너무나 다반사로 많다.


그런데 지진에 따른 결과로 벌어진 일들은 더 많았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과학자들은 지구의 자전 속도가 미미한 정도로나마 가속되었다고 기록했다. 지질구조의 밀침 현상이 있었던 뒤로 행성의 축이 몇 센티미터 되 지는 않지만 옮겨지게 됨으로써 그 이래로 지구의 하루 시간에서 3마이크로 초'89)가 없어지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는 오히려 학술적인 관심거리이다. 극이 그리는 궤도는 10미터의 변동이 있는데, 거기서 몇 치 정도라면 누구도 더는 문제로 삼지 않는다. 훨씬 더 불안한 것은 바로 과거부터 알고 있던 점 으로서, 슈퍼 지진(Superbeben, 초강진)에는 흔히 몇십 년 지나지도 않아 비슷 한 강진들이 뒤따른다는 점 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대부분 무지의 상태만 우세했던 것이 아니라 또한 상당 히 몰지각한 정황도 있었다. 대부분의 책임 있는 사람들은 위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자연은 우리를 밀쳐내기의 명수가 되도록 가르쳤고, 이는 인류의 역 사가 경과하는 동안 생존에 결정적인 장점이 돼주었다. 물론 오늘날 자신의 유전적인 소질을 내세우며 기대는 것은 용서하지 못할 일이다. 자료들에 의 하면 동남아시아에서는 230년에서 250년마다 그런 규모의 진동이 생기며 슈 퍼 지진도 세계 도처에서 대개 두엇씩은 등장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30에 서 40년 안에 그런 대참사는 반복될 수가 있다. 그때까지 사람들이 더 잘 대 비를 해나가겠지만, 늘 그랬던 것처 럼 희생의 대가는 치르게 된다.


그렇듯 좋지 못한 일이니만큼 우리는 대참사라는 개념과 궁극적으로 작별 을 고해야 할 것이다. 나중에 대참사로 화하는 일도 일어나기 전에는 결코 대참사가 아니다. 이 개념 속에는 치명적인 오해로 귀결되는 평가의 의미, 즉 쓰나미와 화산폭발 과 화재 같은 것들이 상례를 벗어난 일이며 기분이 언짢아진 지구의 음험한 깜짝 공격 같은 것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다. 대참사라고 일컫는 것들은 무엇보다도 우선은 자연의 사건들 임과 동시에 또 상례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우리는 대지가 펼쳐지며 뻗어나 가거나 꿈적거리는 것이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거기에 나쁜 뜻이

189) 마이크로초는 1 백만 분의 1 초이다. 담긴 것은 아니라는 점도 배워둬야 한다. 대지는 우리에게 그 생존방식에 대 해 이해하기를 요구한다. 그러고 보면 마치 나이 많은 할머니와도 같다. 일본 에서는 그런 이해가 행해져 공존을 추구한다.


니폰(Nippon)은 아시아의 지진 지대 가운데서도 가장 흔들림이 많은 지역에 속하는 나라이고, 또 누구나 그 렇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나라 사람들은 자연과 다투는 일이 없이 건물도 그에 맞춰 지으며, 사람이 만사에 다 보험증서를 체결해 두지는 못한 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미 몇 년 전에 해안 거주자들이 그 도시 앞에 제방 을 쌓기 시작했으니, 꼭 연합군의 습격을 예상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하지 만 심지어 시멘트장벽이 몇 미터나 된다고 해도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고집스레 그런 것들을 수리하며 자꾸만 세워나간다. 때때로 그것 이 막아내기도 하지만, 자연이 이기는 경우도 흔하다. 자연에 대해 책략을 써보려는 시도7}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인들은 그런다고 해서 의기 소침해 하지도 않지만, 피해가 생기는 원인을 알아야 한다고 양처 럼 순한 얼 굴로 좋게 충고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별로 이해한다는 기색이 없다.



우리는 쓰나미 의 둘째 범주로 넘어가도록 충}자. 그것은 훨씬 더 드물게 나 타나는 것이며, 지구의 역사가 경과하는 동안 물론 극적인 단원을 이루게 되 었던 것이기도 하다. 운석중돌 쓰나미(Impact-Tsunamis)는 2억 5백만 년 전 트 라이아스기에서 쥐라기로의 이행기에 일어났던 것처럼 고속의 거대한 물체 가 바다로 부딪쳐 들어갈 때 생긴다. 운석들은 아주 다른 종류의 쓰나미를 만 들어낸다. 이 경우에도 온통 물기둥이 요동을 치게 된다. 하지만 바닷물이 수 면에서 밀쳐내지기 때문에 그것은 상공으로 높이 치솟는다. 스코틀랜드 해 안에 있는 퇴적물로 추정컨대 트라이아스-쥐라기의 파도는 초속 1 천 킬로미 터의 속도로 전개되었으며 1 킬로미터가 넘는 높이로 돌진해나갔다. 운석의 크기에 따라서는 바닷물 벽의 높이가 4킬로미터까지 되리라는 상상도 가능 하다. 운석충돌의 파도가 퍼져나가면서 약화되는 경우에라도 해안 근처의 도시는 파도가 당도하기 전에 비워둬야 할 것이다. 


어느 정도 안전하다 싶은 피난처라면 안데스 산지나 히말라야의 플라토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 래도 좀더 안전해야 하니까 말이다. 운석이란 것이 우주공간에서는 전혀 특별한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공룡들이 사라지고 나서 그것도 사멸하여 문명화된 중족들을 더 이상 성가 시게 하지 않았다고하는 것도사실이 아니다. 분명히 오랜 시기 동안 쿵쾅거 리며 떨어져 내린 것이 없었으므로 그것은 지구역사의 황량한 서부에나 속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것이 제법 일정한 간격을 두면서 굴러 떨어지다가 지나쳐 가기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주의 당 구장에서 공의 접촉은 마냥 일어나는 일이다. 거기서 나오는 조각들로 인해 다시 시생대로 쏜살같이 되돌려질 위험은 줄어들지 않은 채로 존재한다. 그 런 이유에서 어정쩡하기는 하지만 운석 방어체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一 하지만 실제로그런 데다 쓸 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말했듯이 인간이란 밀쳐내기의 명수이다. 선물로 받은 것이다. 다만 다음번의 우주 고질라가 떼 밀어내야 할 항로로 들어섰는데도 브루스 윌리스가 영화를 찍지 않는다면 한탄하는 소리가 높을 것이라고나 해야겠다.



몰지각한 사람들은 두 진영으로 나뉜다. 첫 번째 진영은 전쟁에 투자하기 를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다른 진영의 사람들은 인도주의의 폐해를 가리키 며 운석을 가지고 골머리를 앓느니 사람들이 너무 굶주리고 있는 곳에다 돈 을 투자하기를 요구한다. 너무도 그럴 듯한 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라크 에 폭탄으로 퍼붓는 수백만 중의 얼마라도 방어체계의 작동을 진전시키는 데다 부어넣어야 할 것도 같다. 왜냐하면 우주에서 오는 폭탄은 크리스천이 건 무슬림이건 다 똑같이 주님의 면전으로 소환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분 도 당연히 우리가 뭘 하며 시간을 허비했는지 알고 싶어 하실 것이다. 그럼 우리는 코란에는 성경과 아주 똑같은 내용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서로 머 리를 처박고 쌈박질을 했노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말이 끝나 기가 무섭 게 곧바로 그분은 결코 들어본 적도 없는 속된 표현으로 우리를 호 칭하시며, 자신의 창조가 너무 어리석은 짓이어서 가장 단순한 것조차도 알 아듣게 하지 못했다는 의문을 품으실 것이다.


우리는 그 모든 엄청난 시대들 을 배우지 않았던가? 그러나 우리의 현재가 그러하니, 신은 한숨을 쉬며 자 신의 천사들에게 지시하시어, 좋아하지도 않는 사촌들을 지옥에서 호출해 그에게 60억의 바보들을 집어넣을 빈방이 여전히 있는지를 탐문케 하실 것 이다.누구나 인정하듯이 마지막 운석의 내려침이 약간은 다가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충돌 쓰나미는 결코 그렇지 않다. 처음으로 1958년에 알래스 카 남부에서 산록 한 군데가 통째로 바다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서 150미 터 높이의 파도를 만들어냈는데, 이것은 해안을 때리며 높이 치솟아서 500 미터 높이에 있던 산비탈의 나무들까지도 싹 밀어버 렸다. 이에 반해 첫 번째 범주의 쓰나미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사실상 바다 위에서는 매주 하나 정 도는 일어나고 있다. 단지 대부분이 약한 것이어서 육지에 닿더라도 결코 대 범한 철썩거 림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키지 못할 뿐이다. 


1755년에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있던 사람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이 대서양을 보고는 깜짝 놀라 자 빠지고 말았을 것이다. 전설적인 지진으로 파고 15미터의 파도가 일어났던 것이다. 1883년 인도네시아에서는 크라카타우*akauu)19⑴가 그처럼 격렬 하게 폭발해서 40미터 높이의 파도가 36,000의 인명을 살상케 했고 그 압력 파가 여러 번 지구 곳곳으로 달려나가게 했다一그 영향으로 바로 더 작은 규 모의 쓰나미들이 일어나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뉴질랜드의 타우포 호수(Lake Taupo)1 이)도 그 영향을 받았으니, 말할 것도 없이 갑작스런 기압 또한 물을 움직이게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I960년에는 그때까지 가장 강력 한 것이라고 측정되었던 지진이 25미터 높이의 파도를 칠레, 하와이, 일본으 로 보냈다. 심지어는 필리핀의 해안까지도 엄청난 물에 뒤덮이게 되었다. 그 것으로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고대로 올라가 산토린 군도(Santorin)1”가 터져버 렸던 때를 보면 될 것이다. 화산이 60미터 높이의 파도를 일으켰다. 서퍼들의 파라다이스였음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산토리니의 딸꾹질이 크레 타 섬 의 미노아 문명을 소멸케 했음은 아마 어느 만큼은 확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