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할 수가 없다
볼프강 로젠탈은 그걸로 만족할 수가 없었다. 게슈타하트에 있는 GKKS 연구센터의 참여 아래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맥스 웨이브(Max Wave)’라 칭하는 것이 있는데, 변종파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해연구기지 ‘피노(Fino)’에서 맥스 웨이브의 조정관인 로젠탈과 그의 팀원 들은 거대한 파도의 형성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파도의 파고, 경사, 중돌에너 지, 속도 등을 끊이지 않고 측정해오고 있다. 중요한 보조수단이 되는 것이 파도가 치도록 만들어놓은 운하로서, 이 안에는 거품을 뿜어내는 작은 괴물 파도가 만들어지도록 하여 장난감배를 뒤집어 엎어버리거나 물거품을 3미 터까지 쳐올리기도 한다. 여러 가지 경고체계가 여기서 시험된다. 해면상태 레이더 같은 것은 배나 연구기지에 특히 많은 기대를 갖게 하는 듯하다. 그러 나 주된 역할은 변함없이 인공위성의 자료들이 맡게 될 것이다. ‘환경인공위 성’은 800킬로미터 상공에서 거대한 파도를 명료하게 인식해내는 능력을 지녔다.
인공위성은 매일매일 1,000장의 사진을 송출해오는데, 그 각각이 다 50평방킬로미터의 평면을 찍은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가 대양을 빈틈없이 감시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그렇 게 하려면 네 개 정도의 인공위성이 더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 젠탈은 몇 년 만 있으면 선장들이 조기경보를 내려서 신속하게 회피조종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낙관적이다. “우리가 개개의 파도를 인공위성에서 관찰한 뒤부터 우리에게는 선뜻 우리가 예보체계의 기초를 마 련하려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게 되리라고 희망이 생겼다.” 목표에는 추진 기지를 아직 산더미 같은 파도가 닥쳐오기 전에 적시에 미리 차단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로젠달의 측정장치들은 지금도 이미 5분 행동요령 으로 대비하며 기지를 가동시키는 사람들에게 파고 데이터를 제공해줄 수가 있다. 그러니만큼 최소한 진전을 이룬 것이리는 평가가 내려진다. 또한 적시 에 경보를 해제하는 일도 근해산업에는 중요하다. 기지가 다시 작동상태로 들어가는 것이 보다 신속하면 할수록 그만큼 재정적 손실도 적어진다.
그 점과 결부하여 로젠탈은 배의 건조방식에 최선을 기할 것을 추천한다. 유리 파손은 두 번째로 보험에 가입할 때마다 계약에 포함되는 사항이고, 또 축구를 하는 어 린이가 이웃에 살고 있다면 결코 유별난 점이라 할 것도 없다. 거실의 창문은 교체하면 된다. 이에 반해 선교의 창문이 상실되면 배 전체가 심연으로 빠져버릴 수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시대의 지휘본부는 전자기기 들이 가득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컴퓨터는 물이 침투하면 매정하게 반응한다. 이것은 왜 해마다 24척 가까이나 되는 배가 해상사고로 전복되는 지에 대한 한 가지 원인이 되는데, 그 가운데는 200미터가 넘는 길이의 화물 선들도 포함돼 있다. 불행한 사고가 있을 때마다 매번 그것을 무조건 괴물파 도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비중이 적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적어도 괴물파도만은 늠름한 모습 그대로 바다에 남아 있다. 그러 니까 폭풍 속으로 끌려나가지 않고 편안한 집 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뜨거 운 차라도 마시며 가련한 뱃사람들한테 간곡하기 이를 데 없는 감사의 마음 을 바치는 사람은 그래도 행운인 것이다.
하지만 바다가 육지로 다가오는 일도 잦다.
어떻게 심해 속에서도 똑같이 지능을 가진 생 물이 다윈주의의 관점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생화학적 특성은 무엇이고 그들은 어 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 이르(Yrr)란 이름으로 불리 며 고도의 지능을 가진 단세포생물 떼의 감정생활이라든가 그들의 논리구조 나 가치관은 어떻게 상상해야 할 것인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특히, 이르 가 우리 인간으로 하여금 바다나 해안을 근본적으로 싫어하게 만들기 위해 서는 어떤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 시점에 있었을 때만 해도 쓰나미라 는 지진해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단지 그것이 무(無)에人 1 생겨나오 며 파고에 따라서는 육지내부로 멀리까지 밀치고 들어와 지면에 있는 모든 주거시설들을 싹 쓸어가 버 린다는 점뿐이었다. 그것은 불안과 공포를 확산 시키기에 딱 들어맞는다고 보였고, 나는 그것을 이르가 구사할 수 있는 무기 목록에 포함시켜 놓고서 그것의 발생에 대해 관심을가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이 출간되고 나서 3/4분기가 지났을 뿐일 때 진짜 쓰나미가 동남 아시아를 휩쓸게 되었다.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으며 그 일로 힘겨워했다. 그 런데 유독 쓰나미란 개념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고. 그건 해당 지역이나 중부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태평양 연안의 주민들만이 그처 럼 도통 무지한 점에 대해 머 리를 내두르는 것이었고 또 신중하게 덧붙이기를, 어쩌면 일반적인 교육의 부재 탓일 수도 있다고 했다.
자료조사를 많이 하는 작가한테도 좋지 못한 일들이 덫처럼 기다린다. 사 람들은 갑자기 누구라도 저 자신에 대해서나 마찬가지로 조사하는 대상에 대해서도 훤히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도대체 내 가 쓰나미를 다루기 시작하기 이전에 그것에 관해 내가 알고 있었던 것이 무 엇인가? 내가 오늘날 아는 바대로라면 결코《떼》를 집필하지 않았을까? 그 럴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리고 뭣 때문에 그러겠는가? 몇백 년은 아니라고 해도 몇십 년 전부터 대서양 공간과 인도양이나 지중해에서는 메가쓰나미 (Mega-Tsunami)이 같은 것은 존재한 적이 없었다. 태평양에서는 사정이 달 라 보였다. 그러나 그곳의 비극이 멀리 떨어진 유럽에서는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