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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를 선물, 기후를 보장

산소를 선물, 기후를 보장


예전에 우리가 학교에서 얌전하게 배운 바로는, 큰놈은 항상 작은 녀 석을 잡아먹는 것이고 미생물이란 원래 우리의 기도에 침투하려고 있는 것 일 뿐이므로 목구멍이 아프지 않으려면 알약을 빨아먹어야 한다는 것이었 다. 칼슨은 그 모두가 헛소리라며 이렇게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생 물이 병을 일으킨다고 믿는다. 실제로 병원성이 있는 미생물의 구성비율은 아주 적을 뿐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생물량 전체의 주요 버팀목이 되는 것들 이다. 다시 말하자면 생물권이 이 작은 유기체들의 수중에 놓여 있는 것이 다.” 당신이 숨을 헐떡이면서 두꺼운 외투를 뒤집어쓰고 지내지 않아도 되는 것을 그 보잘 것 없는 녀석들에게 감사하게 여겨도 좋을 것 같다.


녀석들은 우리가 숨을 쉬도록 산소를 선물해주었고, 잘 맞는 기후를 보장해주고 유기 물질들을 해체하며 크거나 작은 시체들을 가져가 바로 자연의 순환 속으로 되돌아가도록 한다. 우리 지구를 기후의 충격에서 보호해주는 것이 미생물 인 것이다.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똑똑히 눈여겨 보아두도록 하자. 우리가 와 있는 곳은 멕시코만의 수심 700미터 깊이로, 여기에 사는 세균들은 메탄을 깨뜨려 먹을 때(세균의 아침식사) 황화수소를 배설한다. 이 책의 3부에서 더 자주 만나 게 되겠지만 헤시오캐카 메타니콜라란 이름을 가진 빨간색의 작은 벌레는 황화수소를 즐겨 먹으며 동시에 그 세균들도 잡아먹 는다. 물론 소화시키려고 녀석들을 먹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과 공생 을 이루며 산다. 세균들은 놈의 내부나 외피에서 보호를 받게 되는데, 그 대 신 녀석들은 놈의 몸과 위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조달해준다.



작은 벌레는 그렇게 별일이 없이 평온한 생존을 이어간다. 하지만 그것도 커다란 도둑달팽이(RaubschneckenF이}가 미끄러지듯 앞길을 막아서며 나타나 놈을 먹어치우는 날까지다. 그렇게 함으로써 달팽이는 벌레만이 아니라 수백 수천의 단세포생물들까지 덩달아 약탈해가는 것이다. 그게 이들에게는 대수로운 일이 못 되고, 이는 두 시간 정도 지난 뒤에 그 달팽이를 덥석 물어 버 림으로써 벌레와 미생물까지도 다 함께 섭취하게 되는 심해두족류에게도 마찬가지로 별다른 관심거리가 못 된다. 담수 함유량이 높은 두족류는 이들 을 흐늘흐늘한 드링크류 정도로 여기는 바다 포유류의 관심을 끌기 때문에, 얼마간의 시간이 자나자 놈은 향유고래의 목구멍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 렇게 됨으로써 고래에게 주어지는 것은 맛있는 두족류만이 아니라 기름진 달팽이나 움찔거리는 벌레와 상당량의 미세한 생물체들도 다 포함된다. 


그 런데 이 고래는 이제 물 위로 떠오르면서 자신이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음을 언뜻 깨닫게 된다. 얼간이 같으니라고! 진지하게 움직였음에도 그런 일이 벌 어지고 만 것이다. 유조선의 함장들은 전속항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느 릿느릿하게밖에 나아가지 못하는지 의아해 하다가, 결국 항구에 와서야 그 들이 고래와 부딪쳤고, 녀석을 수백 킬로미터나 떠밀고 왔음을 확인하게 된 다. 우리의 향유고래도 어쨌거나 바나나 화물선의 뱃머리와 충돌을 일으키 고는 눈앞에 별빛이 어른거리는 가운데 어딘지도 모르는 길로 접어드는 동 안, 그의 몸뚱이는 초심해(Hadal)의 어둠을 향해 가라앉아 간다. 단세포생물 들은 결코 판을 벌인 적도 없으면서 ‘사냥 끝’이라는 환호성을 내지르며 거 대한 몸체를 해체하여 잗다란 먹을거리로 만들어 놓는다. 맞다, 선생님 말씀 대로 큰놈이 작은 녀석들을 잡아먹기는 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아주 작은 녀석들이 아주 큰놈을 잡아먹는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코 축복인 것이,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 주변에는 돌아가신 분들이 하늘에 가닿을 정도로 더 미를 이루며 쌓이게 될 것이다.


먹이그물을 그물이라고 일컫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물방 울 속에서는 종으로 횡으로 잡아먹히고 또 위 에서 아래로, 그리고 그 반대로 잡아먹히기도 한다. 모두가 다 아무나 먹어치우며 여기서는 그 어떤 규칙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유례가 없을 정도로 뒤죽박죽의 상태가 되더라도 말 인가?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파룩 아잠(Farooq Azam) 교수는 유독 바닷물만을 자세히 관찰하는 사람인데, 거기서 그는 수백만에 서 수십억의 동물성 미생물, 세균, 바이러스, 조류들을 발견했을 뿐만 아니 라 그들이 사는 장소들도 발견해냈다. 그렇게 작디작은 녀석들은 점성을 지 닌 당결합, 중합체. 콜로이드, 디옥시리보핵산과 같은 거대분자들의 그물구 조 고리 안에 있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다. 아잠은 말한다. “현미경에 놓으면 투명한 실이나 피부, 박막들이 보인다. 그것들이 바닷물을 묽은 겔(Gel)로 만 들어 놓는다.”



아하, 겔! 그러니까 청녹색의 맑은 바닷물을 기대하고 사람들이 인도양의 몰디브 섬으로 여행을 가고는 하지만, 결국은 아스픽(Siilze) 속에 늘어져 서 쉬는 셈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아잠에 따르면 밀리미터 당 300킬로미터 가 넘는 단백질, 5,500킬로미터 이상의 다당류, 2킬로미터의 DNS결합들로 구성되는 하부구조가 숨겨져 있다. 그 사이에서는 온갖 미생물 무리가 서로 를 숨어 엿보면서 몇몇은 적극적으로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피 에스테 리아 피스키키다 같은 맹독성의 조류는 번데기처럼 젤리로 이루어진 포낭 모양의 외투를 두르고 그 안에 굳어진 채 웅크리고 있는데, 몇 년 동안이나 그렇게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런 시기에는 조류가 그 어떤 양 분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한 떼의 물고기가 번데기와 같이 웅크리고 있는 그 조류 군락 위를 바짝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에, 생명들은 갑자기 현미 경으로나 보일 작은 약탈자들의 수중에 빠져들고 만다. 그들은 수십억씩 보호외피에서 풀려나와 빙글빙글 돌면서 물고기 떼 쪽으로 다가간 다. 이때 그들은 편모 하나를 프로펠러처 럼 돌리면서 그 밖의 다른 편모로는 방향을 잡아 다가가다가 드디어 물고기에 도달하게 되고 대규모 전투가 벌 어지게 된다. 피에스테리아의 독은 그들이 쫓는 먹이의 신경을 마비시키고 그들의 조직을 찢어놓는다. 조류가 터진 상처에서 귀중한 양분을 빨아먹는 동안 물고기는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 잔뜩 배를 채운 피에스테 리아들은 다 시 해저로 되돌아가서 다시 포낭 속으로 들어가 뒤집어쓴다. 다음번 식사를 위해 다시 떠오르게 될 때까지 말이다.


물방울 속 우주에 사는 많은 녀석들의 움직임도 이와 비슷한 작동 기제를 따른다고 간추려 볼 수 있다. 녀석들이 이리저리 떠도는 것은 순진해서가 아 니라. 오히려 지극히 효율적으로, 그리고 정확히 목적이 있어서 움직이는 것 이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복잡한 생화학적 반응들이 쉴 새 없이 일어난다. 우 리가 알아볼 수 있는 더 커다란 생명체들이 사는 곳도 이처럼 유기체들이 잡 아먹고 잡혀 먹히느라 부글거리며 들끓는 한가운데인 것이다. 그리고 그렇 게 살아가는 것도 미 생물들이 그들을 가만 놔두기 때문일 뿐이다.



발광동물이나 다른 작은 녀석들은 저도 모르는 가운데 생태계에서 맡게 되는 역할이 있다. 사실 우리가 생존하는 것은 녀석들 덕분이다. 만약 전 세 계에 걸친 조류의 군집이 없었더라면 아마우리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곧 우 리가 매년 대기권에 짊어지우는 대략 60억 톤의 이산화탄소로 오래 전에 죽 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一최소한 숨을 헐떡이며 우리가 온실 같은 시설물 속에 앉아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중 30억 톤을 고스란히 저장하는 것이 바로 조류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류는 작지만 환경경찰의 기능을 수행 하는데, 그 대부분은 자신이 보존하고 여타의 양은 가공하여 다시 순환을 거 치도록 돌려보낸다. 원래 해양은 모두가 탄소로 이루어진 바다이다. 모든 생 명체를 이루는 엄청난 양의 기본요소들이 그것과 결합된 것이고, 그 양은 식 물과 동물을 다 합친 것의 10배다. 아잠이 믿는 바로는, 세균들이 일찍이 바 닷물 속에 녹아 있는 탄소의 10분의 1 정도만 깨뜨려 먹고서 이산화탄소(CO2) 로 대기권으로 방출할 생각을 했더라도 우리의 행성은 압력솥처럼 바뀌고 말았을 것이라고 한다. 박테 리아들이 급성 생각 결핍증을 앓고 있다는 것도 조용히 알고나 있을 일이다. 녀석들은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하며, 따라서 우 리를 수중에 넣고 있다는 것도 그저 보기로만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 점은 커다란 문제로 비화해갈 수도 있다.다시 말해 인간들이 지배적인 조건들을 바꿔놓게 되면 부지런한 조절자들 은 인류에게 그런 행위가 어떤 귀결을 가져다줄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 런 조건들에 적응해나가게 된다. 계속해서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가 우리의 대기권 속에 도달하는 가운데 우리가 바다 속에 가라앉혀 폐기처분하는 화 학물질. 산업쓰레기, 독성물질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유막도 더 많이 퍼져 나가고 핵폐기물도 아무런 통제 없이 자칭 안전하다는 깊이 속으로 보내진 다. 우리가 사는 것이 생태계 덕분인데, 이런 가운데 생태계는 아주 서서히 잘못된 상황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제일 처음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언제나 단세포생물들이다. 물론 그 대다수는 죽어버 리기도 할 것이다. 그런 죽음을 캘리포니아의 해안 앞에서 과학자들이 관찰해왔다. 거기서는 동물성 플랑크 톤의 집적이 40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원래 수치의 20퍼센트 미만으로 줄 어들었다. 그 대신 해수면의 수온은 2도나 따뜻해졌다. 그 결과로 깊은 수층 에서 양분이나 광물질들이 위쪽으로 더 이상 도달하지 못하게 되었고, 플랑 크톤은 생겨나지 않았으며, 플랑크톤을 먹는 새들이 사라졌는가 하면 또 미 생물 집단에 의지하던 전체 어류 개체군도 마찬가지 행태를 보였다.


그에 반해 다른 미생물들은 새로 생겨나 활용이 가능하게 된 연쇄들을 이 용함으로써 변화로부터 이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경우 그들이 우리 의 대기권을 다시 한번 뒤집어놓게 된다는 점은 우리가 뻔한 사실이라고 간 주해도 좋을 것이다. 그럴 경우 인간이 치욕적인 종말을 고하게 됨을 배제할 수 없다. 산소와 결부되었던 일은 우리도 기억하고 있지 않는가. 본의 아니게 우리는 산소를 멋들어지게 잘 소화시킨다. 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산소를 소 화시키지 못했고, 산소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