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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을 입은 당신뿐

잠수복을 입은 당신뿐


구스트나 다른 많은 해양연구자들은 그런 표류장치가 모든 해류들에서 떠 다니게 될 날을 꿈꾼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열염분 체계에 대한 이해도 엄 청나게 넓어질 것이다. 해류에 관해서는 물고기들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고, 그들 중 몇몇 부류는 교통유도체계 같은 것을 써서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장소도 어김없이 정확하게 방향을 잡고 찾아갈 정도이다. 하지만 물고기가 우리에게 뭔가를 이야기해주게 되려면 우리는 마냥 기다리고나 있 어야 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녀석들은 말을 못하니까 말이다. 아카데믹한 분위기로 잠시 숨을 돌리는 것은 여기까지다. 다시 액션 같은 것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우선 압축공기통을 둘러메라.  박테리아는 왜 이름이 없는가 당신은 흐릿한 빛 속을 응시하고 있다.


위도 없고 아래도 없는 듯 보이는 가운데 오직 잠수복을 입은 당신뿐이다. 당신은 분명 물속에 떠 있으나 이상하게도 당신에겐 물이 미끈거 리는 것처 럼 여겨진다. 아무튼 보통의 바닷물 같지는 않다. 당신은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본다. 동작은 여느 때와 같이 잘 된다. 들리는 소리라곤 당신이 호흡하느라 쉭쉭거리는 탁한 소리가 전부다. 당신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일까? 알 지 못하는 어느 대양이 당신을 삼킨 것인가? 당신은 대체 아직 지구상에 있 기는 한 것인가? 그런데 세상에나, 저기 당신한테 다가오는 저것은 또 무엇 하는 놈인가?



그것은 동그란 모습으로 길고 가느다란 가시들이 사방으로 돋아나 있다. 그런 모습은 유별나게 태양을 닮은 것처럼 보이고, 특히 빛을 내고 있는 것 이다. 그게 아니면 그저 비쳐드는 광선을 그것이 반사할 뿐인가? 그런데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하게 되자 그것은 오히려 뭔가 크리스마스트리의 장식과 같은 점이 보인다. 그것은 번개처럼 잽싸게 위치를 바꾸며 이리저리로 휙 스 치듯 움직여 가는가 하면 맴을 돌기도 해서, 가시가 은빛으로 반짝일 때가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때는 밝은 청색으로, 어떤 때는 암홍색으로 반짝이게 된다. 그런 모습은 바라보기에는 아름다울 수 있지만, 물론 그 창끝에 당신 이 찔릴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되자 왈칵 심기가 불편해 진다. 


당신은 떠 나가려고 지느러미 발질을 한다. 도약과 함께 당신은 약간 투명하기도 한 그 것 쪽으로 다가서게 되는데, 그놈에게서는 자그마한 몽당 팔이 둥근 고리처 럼 자라나 있다. 깜짝 놀라 당신은 얼른 뒤로 물러나면서 유리로 된 실처럼 보이는 바퀴살이 그놈 위로 드리워져 있는 것을 본다. 원뿔 모양의 결정체들 이 그것에 이어져 있고 푸르스름한 빛을 띠면서 안에는 갈색이 감도는 내용 물을 가지고 있다. 당신 주변으로 몰려드는 무리가 늘어난다. 녹색을 띤 갈 길이의 작은 사다리 모양도 있고 경련을 일으키며 펌프질을 해대는 계란꼴, 그리고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내부 생명체가 다 들여다보이 며 나풀거 리는 생 물들이 보인다. 또 꼬리와 두 개의 큼지막한 뿔만 있는 것 같은 놈이 갑자기 눈에 띈다. 온통 끈적거리며 들러붙는 실과 연골질의 촉수들이 당신 발을 휘 감아 오고 빙빙 도는 프로펠러를 가진 공 모양의 놈들이 가미가제 특공대처 럼 당신에게로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는 풀쩍거리며 고동치는 주머니가 다 가오더니 한껏 부풀어 오르며 놈의 널찍한 내부로 당신을 통째로 모셔가려 고 갖은 애를 다 쓴다.


지금이야말로 당신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절호의 기회다. 이 순간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는 대뜸 당신 몸을 푹 축소시켜 놓아야겠다. 그렇게 해놓으면 당신은 잠시나마 한 방울의 바닷물 속에 든 수백 수천의 미 생물들, 즉 단세포동물이나 바닷말들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고, 또 누가 세 계를 지배하는지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온갖 생 활공간 가운데서도 가장 최소단위 인 이곳을 가보기도 전에 물고기라든지 고 래를 다룬다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여기는 바로 물방울 속의 마이크로 세계다. 거기서 당신은 크리스마스트리에 다는 공처럼 생긴 가시투성이의 공 모양 을 한 놈들을 떼거 리로 만난다. 당신은 자그마한 발광동물 하나를 알게 되는 데, 방산충(Racliolaria)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녀석이다. 이 동물은 진핵생물로 세포핵을 가진 단세포생물이며 세포질(Cytoplasma)이 속이 빈 구형 의 골격을 외피처 럼 두르고 있다. 



세포질은 흔히 모든 세포의 기본 재료가 되는 교질의 구성물로 알려진 것이며 세포핵만 다른 것으로 만들어졌다. 세포질에는 효 소와 이온들이 들어 있고 여기서 신진대사가 한껏 능률을 발휘하는데, 영양 물질이 화학반응의 힘으로 합성되어 세포핵 안으로 운반된다. 발광동물의 세포질은 규소이산화물(Siliziumdioxid)로 이루어진 구멍이 숭숭 뚫린 낭 (Sphere)을 에워싸고 있는데, 그것이 소위 세포골격(Cytoskeleii)이라는 것이 다. 때로 그러한 낭의 내부에서는 더 많은 낭들이 마치 러시아인형처럼 안쪽 으로 동심원을 이루며 차례로 포개져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바깥쪽 낭 에서는 뻣뻣한 창들이 뻗어나 방사형으로 배열되어 있으며 마찬가지로 세포 질에 뒤덮여 있다. 그런 결과 당신에게 아른거리며 떠왔던 태양 모양이 되는 것이다. 녀석들이 떠다닐 때는 가시처럼 돋아난 그 위족(Axopodium. 僞足)이 도움이 되는데, 그 밖에도 발광동물들은 이것을 가지고 포식을 한다든지 물 에 풀어져 있는 양분을 걸러먹거나 떠돌아다니는 쓸만한 조각들을 붙잡는 다. 아마 녀석도 분명 당신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당신과 마주친 방산층이란 발광동물은 거의 모든 바다의 표층수에 살며, 특히 태평양과 인도양의 따뜻한 지역에 많다. 녀석의 골격은 마치 유기체로 이루어진 우주정거장과 같은 분위기를 내고, 또 실제로 그것의 유래도 생명 체가 극히 이국풍의 낯선 생김새로 비약을 일삼았던 지구 역사의 시대인 캄 브리아기에서 비롯되었다. 어쩌면 최초의 발광동물들은 이미 수백만 년 앞 서 바다에 살고 있었을 것인데, 녀석들이 나타난 시대도 진화 양이 무기고를 활짝 열어놓았던 그 시대였다고 확실하게 증명이 되어 있다. 녀석들의 내부 구조를 보여주는 더 정확한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는 사람은 프랑크푸르트의 젠켄베르크 박물관에서 인상 깊은 일 련의 모델을 찾아볼 수가 있다.



몸이 원래 크기를 되찾게 된 이제 당신은 그 작은 동물의 활발한 모습을 보 기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녀석과 같은 물방울 속에 있는 수십억의 다른 유 기체들도 보지 못한다. 형광현미경을 통해서 보아야만 비로소 녀석들의 형 태나 색깔이 드러난다. 그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작다. 그리고 그것은 바닷 물의 화학적 조성을 위해서도 믿을 수 없을 만치 중요하다. 왜냐하면 녀석의 골격 구조에는 규소이산화물이 쓰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속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물질로 심지어 넘쳐날 정도로 많기까지 하다. 방산층들은 그것을 걸러내서 자신을 지탱하는 구조물로 가공한다. 그런 방식으로 무장을 갖춘 이 작은 기사는 생존시에는 햇빛이 비쳐드는 수층을 한가로이 떠돌다가 죽 고 나면 해저로 가라앉는다. 그러면 시체 포식자로 알려진 놈들이 즉각 덤벼 들어 뜯어가기에 열중하면서 세포질은 남김없이 치워진다. 남는 것이라곤 낭과 가시뿐으로,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규질의 점판암으로 압착되며 해 저의 전 구역에 침적된다.


당신은 발광동물 말고도 규조류와 갑조류(Panzenilgen)도 만났다. 이들은 본보기처럼 미생물의 다양함을 대변하는 것들로, 거의 매일 새로운 종들이 이들의 목록에 추가될 정도다. 샌타바버라 대학에서 생태학과 진화론 및 해 양생물학을 가르치는 크레이그 칼슨(Craig Carlson) 같은 사람은 “과학은 아직 도 단 한 방울의 바닷물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가를 가르쳐주고 있다.”라고 말한다. 2002년에 그는 자신이 말한 물방울 속에서 ‘SAR 11 유형’이라는 플 랑크톤 세균을 1 만 마리 이상 발견했다.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라는 그 의 동료도 “예를 들어 세균성 플랑크톤과 같은 미생물들은 생화학적으로 중 요한 작용물질들을 가지고 있다.’,라고 동의를 표한다. 오리건 주립대학의 스 티븐 지오반니(Stephen Giovanni)와 공동으로 발기한 칼슨과 모리스의 한 연 구는 우리의 세계상을 완전히 뒤집어엎어 놓기에 적합한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